해로운 PR과 슬로운 PR의 차이
영화 <미스 슬로운> 감상 / 비평문
※ 본문에 스포일러 및 주관적인 의견 포함
영화 <미스 슬로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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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로운의 PR,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을까?
Miss Slone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메인 줄기는 ‘히튼 해리슨’, 총기 규제 법안이다. 영화에서 총기 자유화와 총기 규제화, 각 지지측이 히튼 해리슨을 사이에 놓고 설전을 벌이며, 주인공 슬로운은 히튼 해리슨의 지지자로서 방위 회사의 큰 자본을 기반으로 한 총기 자유화 측의 공격으로부터 히튼 해리슨을 무사히 지켜낸다. 그녀는 어떤 PR로 거대한 권력을 이길 수 있었을까?
본격적인 PR활동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슬로운에게 주어진 문제는 ‘히튼 해리슨에 대한 의원들의 낮은 지지율’이었다. 해당 문제의 발단은 정치계 거물 ‘빌 샌포드’가 총기 자유화의 지지자라는 것이며, 그가 의원들의 선거 활동을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다수 의원들이 빌 샌포드를 적으로 둘 경우 자신들의 정치계에 올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현상으로 이어져 ‘히튼 해리슨 반대’라는 결과로 도출되었다. 즉, 요약하자면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슬로운은 원인을 파악한 뒤, 당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선거 자금’보다는 ‘여론’과‘민심’이라는 점을 짚어낸다. 중립 입장을 보이던 의원 주최의 파티에 연기자를 투입해 언론사 카메라들의 앞에서 히튼 해리슨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 압박을 넣는다든지, 총기 폭력의 목격자이자 피해자였던 에스미 매뉴채리안이 총기 규제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강제로 노출시키는 등의 장면들이 바로 민심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의 성향을 자극해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슬로운의 작전이었다. 또한 슬로운은 총기 규제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리드하고 지시하는 ‘지휘화(directing)’를 통해 히튼 해리슨 법안 통과라는 집단목표 달성의 기반, 작전 수행의 발판까지 마련해두고 있었기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슬로운 측의 문제와 원인, 결과
그렇다면 왜 빌 샌포드 측은 미스 슬로운에게 패배하였는가? 앞에 서술되었던 슬로운의 승리 요인과 연관지어 분석하면 간단하다. 가장 큰 패배 원인은 ‘민심’을 확보하지 못해 의원들을 오래 자신들의 편으로 붙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의 낮은 지지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은 침입자가 쳐들어왔을 때 자기 자신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며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한 PR로 지지율을 높이려했으나, 이는 처참히 실패한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들은 약자를 위협할 수 있는 총기에 대한 거부감이 남성보다 컸는데, 총기지지 측은 이러한 거부감을 자극하는 ‘총기 폭력’의 원인으로 잘못 파악해버린다. 총기 폭력 사태에서 일어난 희생을‘방어할 총기가 없었던 상황’탓이라고 하며 또 다른 총기의 구입을 유도한 것이다. 이는 여성들이 또다른 무기를 이용한 방어가 아닌, ‘위험인물의 총기구입 예방’을 통해 총기 폭력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뿌리 뽑길 원한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기에 실패한, 조직에 해로운 PR이 되어버렸다.
결론적으로 PR에 앞서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며, 더불어 원인의 원인까지 2차적으로 파고들어가 진단한 뒤 캠페인에서의 전략을 정한다면 조직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슬로운 PR’에 가까워 질 수 있다. 유능한 PR 종사자가 되려면 ‘자본’보다는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는 데에 의지해야한다.
총기 자유화 지지 측의 문제와 원인, 결과
2. 슬로운이 가시밭길을 선택한 이유
모든 직업에는 직업 나름의 윤리 강령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PR산업은 21세기에서 급성장하는 만큼 업무에서의 윤리 의식이 강조되고 있다. 퍼거슨(Ferguson, 1984)이 분류한 PR논문들의 연구목적 중 하나인‘사회적 책임과 윤리(soial responsibility and ethics)’에 가장 부합되는 우리나라의 윤리 강령은 8조-PR인은 고용주가 새로운 고객을 영입하여 업무 수행 시 그 고객의 사업 성격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때 그 고객의 업무를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시할 수 있으며, 이것과 관련하여 어떤 불이익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장면이 ‘Miss Slone’에서도 등장한다. 바로 히튼 해리슨 법안을 끌어내리기 위해 빌 샌포드가 미스 슬로운의 고용주에게 찾아오고, 사내에서 가장 유능한 로비스트 슬로운에게 총기를 자유화하기 위한 PR을 의뢰하지만 거절당하는 장면이다. 슬로운의 고용주나 직장 상사 모두 그녀가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의뢰를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슬로운은 히튼-해리슨 법안의 지지자로서 뜻을 함께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이직해버린다.
왜 냉철하고 감정이라고는 없을 것처럼 보였던 슬로운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승리가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히튼-해리슨 법안을 지지한 것일까? 그것은 아무나 쉽게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며, 이는 8조에서 언급된 ‘사회 정의’를 직접적으로 어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검증된 사람만이 총을 소지할 수 있는 히튼-해리슨 법안이 사라질 경우 이에 공조한 PR인들은 이후 검증되지 않은 아무개에 의해 일어날 ‘총기 폭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윤리 강령 1조에 따르면 PR인이 업무 수행 중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것은 ‘공익’이다. 총기의 자유화는 ‘공익’이 아닌 빌 샌포드와 방위 회사들의 ‘사익’을 위한 제도이므로,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시간을 쏟을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큰 슬로운에게는 가치를 둘 사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3. 단체의 속성을 활용한 PR
미스 슬로운이 히튼-해리슨 지지표를 끌어오고자 가장 많이 노력했던 계층은 바로 ‘여성’이었다. 샌포드 측에서 여성의 모성애를 검증되지 않은 상황으로 자극하려다 실패했다면, 슬로운의 경우 데이트 폭력에 총기가 사용되었던 사건들을 언급함으로써 그녀의 주장에 여성 의원이 손을 들어줄만한 타당성을 부여했다. 특히 그녀는 여성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페미니즘’단체의 성격을 PR에 효율적으로 활용하였다. 바로 소속감이 타 단체보다 월등히 크다는 특성과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단체의 기원이다. 소속감이 크다는 것은 해당 단체의 수장이 가진 신뢰와 지지가 크다는 의미이기도하다. 따라서 슬로운은 하나하나 찾아다니지 않고도 다수의 여성을 히튼 해리슨 법안의 지지자로 끌어오려면 페미니즘 단체의 수장으로 활동 중인 여성 의원을 설득하는 것이 단기간, 적은 자본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총기를 사용한 데이트폭력의 여성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히튼-해리슨 법안이 여성 인권의 보호를 돕고 있음을 크게 어필해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표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이처럼 개개인에게 일일히 맞춰진 PR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홍보대상 중 다수가 속해있는 집단의 성격을 조사해 파악하고 이에 알맞은 전략을 세우는 것 또한 효율적인 PR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한국 PR인 윤리강령
문제에 관한 구조적 이해 (최준혁 교수님)
최준혁의 e-핸드아웃 : PR의 정의 & PR을 둘러싼 오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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